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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기자]
개코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일주일 전, 침대 위에 올라와 별안간 안겼다. 겨드랑이가 뚫릴 기세로 파고들어서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래' 싶은 밤이었다.
일주일 후 반려묘 개코는 급성 췌장염을 앓다가 우리 부부가 퇴근하고 돌아온 저녁, 품에서 숨을 거뒀다. 세월호 10주기 도보 행진을 하며 애도의 마음을 다진 게 엊그제 같았는데, 절대 잊지 말라는 듯 개코의 기일은 4월 16일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봄이었다.
다음 날인 17일 새벽 6 필요함 시,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작년에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둘째 반려묘 찌찌의 장례를 치른 경험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침착했다. 더 대비해야 할 건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내 삶을 견뎌내는 것.
실제로 개코가 가고 난 뒤 밥을 먹다가 속수무책으로 터진 눈물에 무너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함께한 15년은 짧지 않았다. 인간보다 몸 소상공협회 이 작다고 존재까지 작은 건 아니었다.
동고동락했던 두 할아버지 고양이를 떠나보내면서 몰랐던 직업의 세계도 알게 되었다. 연차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출근 전 신새벽에 들렀던 반려동물 장례식장에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이 있었다.
예를 갖춰 장례를 안내하고, 동물의 시신을 수습하고, 염습을 하고, 화장을 하고, 유골함을 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도하는 과정까지 애도의 길잡이가 되는 사람들. 공손한 몸짓과 얼굴에 깃든 노동이 쉬 잊히지 않았다.
동물의 죽음에 예우를 갖춰 일하는 사람들
동물을 위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뒤로도 스치듯 떠올랐다. 두 차례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의 묵묵한 새벽녘 노동을 경험하면서 이 일의 세계를 그린 책이 없을까 찾아 창업진흥원연봉 보았다. 지금껏 누군가 쓴 책으로 몰랐던 노동의 세계를 접하는 일이 대다수였지만, 이번에는 그 노동을 가까이 목격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되어 호기심이 생겨났다.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는 그렇게 만난 책이다. 저자 강성일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일을 한 지 13년 차에 접어든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소장 부산문현금융단지 으로 일하며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 정보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장례식장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자 힘쓰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일어나는 일과 장례 절차, 동물 장례 문화의 대안을 제시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틴 시간을 고백한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약 60개소 운영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현황과 시급한 국내 반려동물 정책 또한 조망한다.
저자가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출발점은 반려동물 '초롱이'. 청년 시절, 군에 입대한 후 IMF 타격으로 가세가 기울자 저자의 부모님은 초롱이를 파양한다. 그 사실을 늦게 안 저자는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해오다가 초롱이의 삶이 평안하길 오래 소망하게 되었다고.
이후 평범한 청년 시절을 보내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글귀를 본 뒤 직업적 전환기를 가진다. 초롱이와의 기억을 소환해 반려동물 관련 일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초롱이의 안녕을 빌어온 마음이 동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기폭제가 되어 준 것.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 행성B
획일화된 장례 문화, 의료폐기물이 되는 또 다른 동물의 현실
저자는 경기도의 한 동물 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동물을 위한 장례는커녕 동물의 사후 수습이 대부분이었고, 추모 절차 없이 유골을 정리하는 일에 저자는 회의감을 품는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라 여긴 끝에 저자는 타국의 동물 장례 문화를 살피기 위해 일본으로 견학을 간다.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십 년 먼저 정착한 일본에서 저자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향내 가득한 추모 공간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과 '온전한 존재'로 예우받는 강아지의 장례 모습을 맞닥뜨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외딴 곳이 아닌 동네 가까이 위치한 장례식장에서 애도하는 장례지도사의 경건한 노동을 머리에 새기고 돌아온다.
이후 저자는 국내 반려동물 장례업체 열한 곳에 편지를 보내 "채용 계획이 없다면 청소라도 시켜 주시길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일을 구체적으로 꿈꿔 나가기 시작한다.
답신이 온 회사 세 곳 중 한 곳에 입사한 저자는 매일같이 동물의 죽음 이후를 돌보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국내 반려동물 장례업의 명과 암도 속속들이 발견해낸다.
"현재는 취업 후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한 명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벅찬 일정을 감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떠나는 반려동물에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싶어도 격무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학습 및 연구 자료나 전문 교과목에 대한 과정이 부족하거나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강성일) 중에서
실제로 반려동물 장례 이론과 실무 검정은 현재 민간 교육기관 등에 위탁되는 형편이라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은 전무한 실정이다. 저자는 국가가 시행하는 자격검정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 마련에 정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지낸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는 먼 미래가 아니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정책이자 현실인 셈이다.
책의 백미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잘 몰랐던 '상식'들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장례식장 내 화장장에선 약 70kg 이하의 반려동물까지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물고기, 파충류, 고슴도치 등 작은 동물들은 장례를 치를 수 있지만, 코끼리와 같은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대형 동물들은 의료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여전히 동물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는 현실 속에서 어떤 동물들은 화장되지 못하거나 화장되더라도 유골이 소실돼 버린다. 몸이 크다는 이유로 손쉽게 폐기물로 처리되는 생명들이 있다. 화력과 압력 조절이 일정값에 맞춰진 화장 시설에서 골격이 작다는 이유로 미량으로 유골함에 담겨 보호자의 손에 쥐어지는 생명들이 있다.
특수 반려동물을 포함한 법률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600여만 가구로 추산된다. 생명의 순리인 죽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인간보다 존재가 작다는 이유로 이들의 죽음 또한 축소될 순 없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시설 내 동물 등 종합적인 동물 장례 정책의 논의가 필요한 오늘이다.
듣고 싶었던 말, "보호자님, 정말 애쓰셨습니다"
덤덤하게 책을 읽다가 가슴에 맺힌 대목이 한 가지 있다. 다음은 모든 장례 절차가 종료되면 저자가 보호자에게 늘 전한다는 이야기다.
"가족분들께서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아이를 보살펴 주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이렇게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강성일) 중에서
늘 곁에 함께했던 생명이 숨을 다하고 난 뒤의 허망함은 말로 이룰 수 없다. 이를 달래는 동료와 가족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인간에 비해 동물의 죽음을 기꺼이 슬퍼해 주는 사람도, 시간도 적은 게 현실이다. 오래 슬퍼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같이 지냈던 동물의 죽음에 관해선 얼른 떨치고 잊어야 하는 게 '국룰'이라는 듯이.
그 가운데서 저자는 보호자들에게 고생했고, "당신은 애썼다"라는 위안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사랑했던 마음이 죄책감에 파묻히지 않도록 언어로 다독여주고 나의 동물과 맺은 추억들이 윤이 나게 해 준다.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집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 반려동물 이별, 보호자가 꼭 해야 하는 행동 [ 방석세미나 2부 ] 유튜브 영상
ⓒ 싼초아빠 강성일
저자는 유튜브에서 반려동물과 사는 보호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수명을 다하는 평균 나이가 8살부터 12살 사이라는 것, 그러므로 같이 지내는 동물의 생애주기를 알고, 시그널 언어로 충분히 소통하고 사랑을 표현할 것을 당부한다.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반려동물이 죽고 난 72시간까진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애도할 수 있으니 죽음을 '빨리빨리' 처리하지 않길 진심을 담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림책 <잘 가, 안녕>(김동수)에 등장하는 주인공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깃털이 다 빠진 채 발견된 부엉이 등 길 위에서 죽은 동물들을 고이 집으로 데려와 상처를 꿰매고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염습해 준 뒤 명복을 빌어준다.
사랑하는 동물을 닦아주고, 안아주고, 두 손을 모아 인도해 주었던 저자의 어깨와 책 속 할머니의 어깨가 눈앞에서 포개지는 듯하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을 다해 타인과 동물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기나긴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생명들을 안전하게 인도하고자 저자는 오늘도 고요히 소신을 다할 것이다.
그의 성실히 애도하는 마음의 모양을 따라 나의 애도는 건강한 모양으로 잘 지내는지 살펴본다. 여전히 슬픔은 울퉁불퉁한 눈물 모양으로 차오르지만 너의 장례를 무사히 치르러 상복을 갖춰 입었던 마음을 다잡으며 추억을 딛고, 추모를 건너, 기억이라는 힘을 믿어 보겠다. 저자의 애썼다는 말에 힘입어 가만히 불러 본다. "잘 자, 개코. 잘 자, 찌찌. 우리 모두 편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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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일주일 전, 침대 위에 올라와 별안간 안겼다. 겨드랑이가 뚫릴 기세로 파고들어서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래' 싶은 밤이었다.
일주일 후 반려묘 개코는 급성 췌장염을 앓다가 우리 부부가 퇴근하고 돌아온 저녁, 품에서 숨을 거뒀다. 세월호 10주기 도보 행진을 하며 애도의 마음을 다진 게 엊그제 같았는데, 절대 잊지 말라는 듯 개코의 기일은 4월 16일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봄이었다.
다음 날인 17일 새벽 6 필요함 시,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작년에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둘째 반려묘 찌찌의 장례를 치른 경험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침착했다. 더 대비해야 할 건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내 삶을 견뎌내는 것.
실제로 개코가 가고 난 뒤 밥을 먹다가 속수무책으로 터진 눈물에 무너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함께한 15년은 짧지 않았다. 인간보다 몸 소상공협회 이 작다고 존재까지 작은 건 아니었다.
동고동락했던 두 할아버지 고양이를 떠나보내면서 몰랐던 직업의 세계도 알게 되었다. 연차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출근 전 신새벽에 들렀던 반려동물 장례식장에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이 있었다.
예를 갖춰 장례를 안내하고, 동물의 시신을 수습하고, 염습을 하고, 화장을 하고, 유골함을 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도하는 과정까지 애도의 길잡이가 되는 사람들. 공손한 몸짓과 얼굴에 깃든 노동이 쉬 잊히지 않았다.
동물의 죽음에 예우를 갖춰 일하는 사람들
동물을 위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뒤로도 스치듯 떠올랐다. 두 차례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들의 묵묵한 새벽녘 노동을 경험하면서 이 일의 세계를 그린 책이 없을까 찾아 창업진흥원연봉 보았다. 지금껏 누군가 쓴 책으로 몰랐던 노동의 세계를 접하는 일이 대다수였지만, 이번에는 그 노동을 가까이 목격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되어 호기심이 생겨났다.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는 그렇게 만난 책이다. 저자 강성일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일을 한 지 13년 차에 접어든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소장 부산문현금융단지 으로 일하며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 정보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장례식장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자 힘쓰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일어나는 일과 장례 절차, 동물 장례 문화의 대안을 제시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틴 시간을 고백한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약 60개소 운영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현황과 시급한 국내 반려동물 정책 또한 조망한다.
저자가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출발점은 반려동물 '초롱이'. 청년 시절, 군에 입대한 후 IMF 타격으로 가세가 기울자 저자의 부모님은 초롱이를 파양한다. 그 사실을 늦게 안 저자는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해오다가 초롱이의 삶이 평안하길 오래 소망하게 되었다고.
이후 평범한 청년 시절을 보내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글귀를 본 뒤 직업적 전환기를 가진다. 초롱이와의 기억을 소환해 반려동물 관련 일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초롱이의 안녕을 빌어온 마음이 동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기폭제가 되어 준 것.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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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장례 문화, 의료폐기물이 되는 또 다른 동물의 현실
저자는 경기도의 한 동물 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동물을 위한 장례는커녕 동물의 사후 수습이 대부분이었고, 추모 절차 없이 유골을 정리하는 일에 저자는 회의감을 품는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라 여긴 끝에 저자는 타국의 동물 장례 문화를 살피기 위해 일본으로 견학을 간다.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십 년 먼저 정착한 일본에서 저자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향내 가득한 추모 공간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과 '온전한 존재'로 예우받는 강아지의 장례 모습을 맞닥뜨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외딴 곳이 아닌 동네 가까이 위치한 장례식장에서 애도하는 장례지도사의 경건한 노동을 머리에 새기고 돌아온다.
이후 저자는 국내 반려동물 장례업체 열한 곳에 편지를 보내 "채용 계획이 없다면 청소라도 시켜 주시길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일을 구체적으로 꿈꿔 나가기 시작한다.
답신이 온 회사 세 곳 중 한 곳에 입사한 저자는 매일같이 동물의 죽음 이후를 돌보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국내 반려동물 장례업의 명과 암도 속속들이 발견해낸다.
"현재는 취업 후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한 명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벅찬 일정을 감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떠나는 반려동물에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싶어도 격무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학습 및 연구 자료나 전문 교과목에 대한 과정이 부족하거나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강성일) 중에서
실제로 반려동물 장례 이론과 실무 검정은 현재 민간 교육기관 등에 위탁되는 형편이라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은 전무한 실정이다. 저자는 국가가 시행하는 자격검정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 마련에 정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지낸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는 먼 미래가 아니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정책이자 현실인 셈이다.
책의 백미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잘 몰랐던 '상식'들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장례식장 내 화장장에선 약 70kg 이하의 반려동물까지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물고기, 파충류, 고슴도치 등 작은 동물들은 장례를 치를 수 있지만, 코끼리와 같은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대형 동물들은 의료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여전히 동물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는 현실 속에서 어떤 동물들은 화장되지 못하거나 화장되더라도 유골이 소실돼 버린다. 몸이 크다는 이유로 손쉽게 폐기물로 처리되는 생명들이 있다. 화력과 압력 조절이 일정값에 맞춰진 화장 시설에서 골격이 작다는 이유로 미량으로 유골함에 담겨 보호자의 손에 쥐어지는 생명들이 있다.
특수 반려동물을 포함한 법률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600여만 가구로 추산된다. 생명의 순리인 죽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인간보다 존재가 작다는 이유로 이들의 죽음 또한 축소될 순 없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시설 내 동물 등 종합적인 동물 장례 정책의 논의가 필요한 오늘이다.
듣고 싶었던 말, "보호자님, 정말 애쓰셨습니다"
덤덤하게 책을 읽다가 가슴에 맺힌 대목이 한 가지 있다. 다음은 모든 장례 절차가 종료되면 저자가 보호자에게 늘 전한다는 이야기다.
"가족분들께서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아이를 보살펴 주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이렇게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강성일) 중에서
늘 곁에 함께했던 생명이 숨을 다하고 난 뒤의 허망함은 말로 이룰 수 없다. 이를 달래는 동료와 가족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인간에 비해 동물의 죽음을 기꺼이 슬퍼해 주는 사람도, 시간도 적은 게 현실이다. 오래 슬퍼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같이 지냈던 동물의 죽음에 관해선 얼른 떨치고 잊어야 하는 게 '국룰'이라는 듯이.
그 가운데서 저자는 보호자들에게 고생했고, "당신은 애썼다"라는 위안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사랑했던 마음이 죄책감에 파묻히지 않도록 언어로 다독여주고 나의 동물과 맺은 추억들이 윤이 나게 해 준다.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집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 반려동물 이별, 보호자가 꼭 해야 하는 행동 [ 방석세미나 2부 ] 유튜브 영상
ⓒ 싼초아빠 강성일
저자는 유튜브에서 반려동물과 사는 보호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수명을 다하는 평균 나이가 8살부터 12살 사이라는 것, 그러므로 같이 지내는 동물의 생애주기를 알고, 시그널 언어로 충분히 소통하고 사랑을 표현할 것을 당부한다.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반려동물이 죽고 난 72시간까진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애도할 수 있으니 죽음을 '빨리빨리' 처리하지 않길 진심을 담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림책 <잘 가, 안녕>(김동수)에 등장하는 주인공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깃털이 다 빠진 채 발견된 부엉이 등 길 위에서 죽은 동물들을 고이 집으로 데려와 상처를 꿰매고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염습해 준 뒤 명복을 빌어준다.
사랑하는 동물을 닦아주고, 안아주고, 두 손을 모아 인도해 주었던 저자의 어깨와 책 속 할머니의 어깨가 눈앞에서 포개지는 듯하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을 다해 타인과 동물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기나긴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생명들을 안전하게 인도하고자 저자는 오늘도 고요히 소신을 다할 것이다.
그의 성실히 애도하는 마음의 모양을 따라 나의 애도는 건강한 모양으로 잘 지내는지 살펴본다. 여전히 슬픔은 울퉁불퉁한 눈물 모양으로 차오르지만 너의 장례를 무사히 치르러 상복을 갖춰 입었던 마음을 다잡으며 추억을 딛고, 추모를 건너, 기억이라는 힘을 믿어 보겠다. 저자의 애썼다는 말에 힘입어 가만히 불러 본다. "잘 자, 개코. 잘 자, 찌찌. 우리 모두 편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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